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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까지의 흐름 정리

지금까지의 내용의 흐름을 한번 정리해보자.

  1. 반사의 법칙은 헤론의 반사 법칙(Heron’s Principle of Reflection)으로부터 광학적 경로 길이(OPL)을 최소화하는 경로가 빛의 반사 경로임을 알았다.
  2. 그러나 굴절의 경우 헤론의 반사 법칙에서 이야기하는 OPL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3. 페르마의 원리(Fermat’s Principle)은 반사 법칙과 굴절 법칙인 스넬의 법칙까지 잘 설명한다. 페르마의 원리는 빛이 진행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원리이다.
  4. 요한 베르누이(Johann Bernoulli)는 페르마의 원리를 역학 문제로 확장시켜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최소화의 원리가 광학뿐만 아니라 역학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바로 역학에서 최소화의 원리를 정립하는 과정이다. 이때 모페르뒤는 역학에서 작용이라는 물리량을 최소화한다고 주장했다.


2. 모페르뒤의 일생

피에르 루이 모페르뒤(Pierre Louis Maupertuis, 1698–1759)는 요한 베르누이의 제자로,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다.

모페르뒤는 젊은 시절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Académie des Sciences)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뉴턴 역학을 유럽 대륙에 전파하는 데 힘썼다. 당시 대륙에서는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이론이 주류였기 때문에, 뉴턴의 만유인력 이론을 지지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1736년, 모페르뒤는 지구의 모양을 측정하기 위해 라플란드 원정(Lapland Expedition)에 나섰다. 뉴턴은 지구가 적도 방향으로 부풀어 오른 편구(oblate spheroid)라고 예측했고, 데카르트주의자들은 반대로 극 방향으로 길쭉한 장구(prolate spheroid)라고 주장했다. 모페르뒤는 북극권에 가까운 라플란드에서 자오선의 호 길이를 측정하였고, 그 결과 뉴턴의 예측이 맞음을 확인했다. 이 업적으로 모페르뒤는 유럽 학계에서 큰 명성을 얻었다.

이후 모페르뒤는 프리드리히 대왕(Frederick the Great)의 초청을 받아 프로이센 과학 아카데미(Prussian Academy of Sciences)의 원장을 역임하게 된다. 모페르뒤는 이 시기에 자연이 최소화하는 물리량이 무엇인지를 고민하였고, 그 결과 작용(Action)이라는 물리량에 대한 원리를 제안하게 된다.


3. 작용(Action)의 정의

모페르뒤는 역학에서 작용(Action)이라는 물리량을 최소화한다고 주장했다. 모페르뒤는 작용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S_0 = \sum mvs\]

여기서 $m$은 질량, $v$는 속력, $s$는 거리이다. 즉, 작용 = 질량 × 속력 × 거리이다.

작용을 살펴보자. 질량이 커지면 작용이 커진다. 속력이 빨라지면 작용이 커진다. 그리고 거리가 멀어지면 작용이 커진다.

모페르뒤는 이러한 작용이라는 물리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자연이 작동한다고 믿었다. 이것이 바로 모페르뒤의 원리(Maupertuis’s Principle)이자, 최소 작용의 원리(Principle of Least Action)이다.

참고로, 현대 물리학에서는 “최소(least)”라는 표현보다 “정류(stationary)”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작용이 반드시 최솟값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극값(최솟값, 최댓값, 또는 안장점)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적으로는 정류 작용의 원리(Principle of Stationary Action)라고 부르는 것이 더 엄밀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최소 작용의 원리”라는 이름이 널리 사용되어 왔으므로, 이 시리즈에서는 두 표현을 혼용하기로 한다.


4. 반사에서의 작용

반사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반사에서의 작용 작용을 최소화하는 경로가 반사 경로가 된다

빛이 A 지점에서 출발하고 반사면의 P 지점에서 반사되어 B 지점에 도착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반사를 통해 빛이 진행하는 무수히 많은 경로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경로 중에서 작용을 최소화하는 경로가 바로 반사 경로가 된다.

반사의 경우 빛은 같은 매질에서 진행하므로, 질량 $m$과 속력 $v$가 일정하다. 따라서 작용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S_0 = mv \cdot s_1 + mv \cdot s_2 = mv(s_1 + s_2)\]

여기서 $s_1 = \overline{AP}$, $s_2 = \overline{PB}$이다. $m$과 $v$는 상수이므로, 작용 $S_0$를 최소화하는 문제는 곧 전체 경로 길이 $s_1 + s_2$를 최소화하는 문제가 된다. 이것은 Ch.1에서 다루었던 헤론의 반사 법칙에서 광학적 경로 길이(OPL)를 최소화하는 문제와 정확히 동일하다. 따라서 모페르뒤의 원리로부터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는 반사 법칙이 유도된다.


5. 굴절에서의 작용

이번에는 굴절 문제에 모페르뒤의 원리를 적용해보자.

매질 1(굴절률 $n_1$)에 있는 점 $A = (0, y_1)$에서 출발한 빛이 경계면의 점 $P = (x, 0)$에서 굴절되어 매질 2(굴절률 $n_2$)에 있는 점 $B = (d, -y_2)$에 도달한다고 하자. 모페르뒤는 빛의 입자설(corpuscular theory)에 기반하여, 빛 입자의 속력이 매질의 굴절률에 비례한다고 보았다. 즉,

\[v_1 \propto n_1, \quad v_2 \propto n_2\]

이때 각 매질에서의 경로 길이는 다음과 같다.

\[s_1 = \sqrt{x^2 + y_1^2}, \quad s_2 = \sqrt{(d-x)^2 + y_2^2}\]

따라서 전체 작용은,

\[S_0 = mv_1 s_1 + mv_2 s_2\]

모페르뒤의 원리에 의해 작용이 최소가 되는 조건은 $\dfrac{dS_0}{dx} = 0$이다.

\[\frac{dS_0}{dx} = mv_1 \frac{x}{\sqrt{x^2 + y_1^2}} - mv_2 \frac{(d-x)}{\sqrt{(d-x)^2 + y_2^2}} = 0\]

입사각 $\theta_1$과 굴절각 $\theta_2$에 대해 $\sin\theta_1 = \dfrac{x}{\sqrt{x^2 + y_1^2}}$, $\sin\theta_2 = \dfrac{(d-x)}{\sqrt{(d-x)^2 + y_2^2}}$이므로,

\[v_1 \sin\theta_1 = v_2 \sin\theta_2\]

$v_1 \propto n_1$, $v_2 \propto n_2$이므로,

\[\boxed{n_1 \sin\theta_1 = n_2 \sin\theta_2}\]

이것은 바로 스넬의 법칙(Snell’s Law)이다! Ch.2에서 페르마의 원리(Fermat’s Principle)로부터 스넬의 법칙을 유도한 것과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 페르마의 원리는 빛이 진행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관점이었고, 모페르뒤의 원리는 빛의 작용을 최소화하는 관점이지만, 두 원리 모두 같은 물리 법칙을 유도한다.

즉, 모페르뒤의 원리는 반사 법칙과 굴절 법칙 모두를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학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역학적인 문제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일반적인 원리라고 볼 수 있다.


6. 모페르뒤에 대한 비판

그러나 모페르뒤는 많은 학자들에게 공격받았다.

사무엘 쾨니히(Samuel König, 1712–1757)는 독일 출신의 수학자이자 철학자로, 흥미롭게도 모페르뒤의 스승인 요한 베르누이에게서 수학을 배운 인물이기도 하다. 쾨니히는 모페르뒤의 원리가 틀렸을 뿐만 아니라, 라이프니츠(Leibniz)로부터 원리를 훔쳤다고 공격하였다. 쾨니히는 라이프니츠가 모페르뒤보다 먼저 최소 작용의 원리를 발견했다는 근거로, 라이프니츠의 미공개 편지를 증거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프로이센 과학 아카데미의 조사 결과, 이 편지는 위조된 것으로 판명되었고, 쾨니히의 주장은 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볼테르(Voltaire, 1694–1778)는 프랑스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작가이다. 볼테르는 모페르뒤를 공격하기 위해 32페이지의 팸플릿을 제작했을 정도이다. 볼테르는 원래 모페르뒤와 친분이 있었으나, 프로이센 아카데미에서의 갈등으로 관계가 틀어지면서 모페르뒤를 신랄하게 비판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부 학자들은 심지어 모페르뒤를 무시하기까지 했다.


7. 오일러의 기여

그러나 모페르뒤에게는 든든한 동료가 생겼는데, 바로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이다.

오일러는 스위스 바젤 출신으로, 요한 베르누이의 제자이다. 오일러는 수학, 물리학, 천문학, 공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방대한 업적을 남긴, 역사상 가장 다작한 수학자로 꼽힌다. 그의 저작물은 전집으로 80권이 넘으며, 논문 수는 약 900편에 달한다. 오일러는 만년에 시력을 거의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멈추지 않았으며, 오히려 실명 이후에도 이전과 비슷한 속도로 논문을 발표하였다고 전해진다.

오일러는 모페르뒤의 원리를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다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일러는 모페르뒤의 작용을 다음과 같이 적분의 형태로 변경하였다.

\[S_0 = \int mvds\]

모페르뒤의 원래 정의 $S_0 = \sum mvs$는 속력과 거리가 이산적으로 변하는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었다. 오일러는 이를 적분으로 확장함으로써, 속력과 거리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일반적인 역학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요한 베르누이가 앞서 작업한 것처럼 보다 역학 문제에 있어 대처하기 훨씬 편해졌다.

그리고 오일러는 그뿐만이 아니라 최소 작용 원리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을 찾아내었다.

  • 에너지가 보존될 것
  • 모든 경로에서의 에너지가 동일할 것

정리하면, 오일러는 모페르뒤의 원리를 확장하여 다음과 같이 기여하였다.

  • 수학적으로 엄밀한 적분 표현을 정립하였다.
  • 최소 작용의 원리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을 찾았다.
  • 몇 가지 역학적인 예에서 최소 작용의 원리가 실제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직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었다. 일반적인 접근 방법의 개발, 현대적인 표현 방법, 그리고 왜 최소 작용의 원리가 작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 두 사람이 바로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해밀턴(William Rowan Hamilton)이다. 다음 챕터에서는 모페르뒤의 원리로부터 해밀턴의 원리가 어떻게 유도되는지, 그리고 변분법을 통해 뉴턴 역학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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