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작용의 원리와 해밀턴의 원리에 대해 — Ch.5 해밀턴의 원리와 변분법
1. 라그랑주와 해밀턴
앞선 챕터에서 모페르뒤가 작용이라는 물리량을 정의하고, 오일러가 이를 적분의 형태로 확장한 것까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직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었다.
- 일반적인 접근 방법의 개발
- 현대적인 표현 방법
- 왜 최소 작용의 원리가 작동하는지에 대한 설명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 사람이 바로 조제프루이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 1736–1813)와 윌리엄 로완 해밀턴(William Rowan Hamilton, 1805–1865)이다.
라그랑주는 이탈리아 토리노(Turin) 출신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다. 라그랑주는 19세의 나이에 토리노 왕립 포병학교의 수학 교수가 되었을 정도로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다. 오일러는 라그랑주의 변분법 논문을 보고 깊이 감탄하여, 자신의 논문 발표를 늦추면서까지 라그랑주에게 우선권을 양보하였다고 전해진다. 라그랑주는 이후 오일러의 후임으로 프로이센 과학 아카데미의 수학 부문 원장을 맡았으며, 만년에는 프랑스로 이주하여 프랑스 혁명기에도 학문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대표 저서 《해석역학(Mécanique Analytique)》은 역학을 순수하게 해석적(대수적) 방법으로 기술한 기념비적 저작으로, 이 책에는 단 하나의 그림도 등장하지 않는다.
해밀턴은 아일랜드 더블린(Dublin) 출신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다. 해밀턴은 어린 시절부터 놀라운 언어적 재능을 보여, 12세에 이미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를 포함한 10개 이상의 언어를 읽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22세의 나이에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 Dublin)의 왕립 천문학자(Royal Astronomer of Ireland)로 임명되었으며, 이는 학생 신분으로서의 임명이라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해밀턴은 광학에서의 특성 함수(characteristic function) 이론을 역학으로 확장하여, 오늘날 해밀턴 역학(Hamiltonian Mechanics)이라 불리는 체계를 완성하였다. 또한 수학에서는 사원수(Quaternion)를 발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해밀턴은 운동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의 차이 $T - V$를 라그랑지안(Lagrangian) $L$로 정의하였다. 그리고 물체가 $t_1$에서 $t_2$까지 이동하는 동안, 이 라그랑지안을 시간에 대해 적분한 양을 작용(Action) $S$라 부른다.
\[S = \int_{t_1}^{t_2} L\, dt = \int_{t_1}^{t_2} (T - V)\, dt\]해밀턴의 원리는 이 작용 $S$가 정류(stationary)한다는 것이다. 정류한다는 말은 경로를 아주 조금 바꾸어도 작용의 값이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은 함수의 극값에서 미분이 0이 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함수 $f(x)$가 극값을 가지면 $f’(x) = 0$이듯이, 작용 $S$가 정류하면 $\delta S = 0$이다. 즉, 진짜 경로에서 작용이 극값을 가지며, 그 경로가 자연이 선택하는 경로라는 것이 해밀턴의 원리이다. 해밀턴의 원리는 최소 작용 원리의 보다 현대적인 표현 방법이다.
그렇다면 모페르뒤의 원리에서 해밀턴의 원리가 어떻게 유도되는지 살펴보자.
2. 모페르뒤의 원리에서 해밀턴의 원리로
모페르뒤의 원리로부터 출발한다.
\[\delta S_0 = 0 \quad \Rightarrow \quad \delta \int mvds = 0\]속도의 정의 $v = \dfrac{ds}{dt}$로부터 $ds = vdt$를 대입하면,
\[\delta \int mv^2 dt = 0\]운동에너지 $T = \dfrac{1}{2}mv^2$이므로 $mv^2 = 2T$를 대입하면,
\[\delta \int 2T\, dt = 0 \quad \Rightarrow \quad \delta \int (T + T)\, dt = 0\]여기서 역학적 에너지 보존 $E = T + V$로부터 $T = E - V$를 대입하면,
\[\delta \int (T + E - V)\, dt = 0\]이를 정리하면,
\[\delta \int (T - V)\, dt + \delta \int E\, dt = 0\]$\delta \int E\, dt = \delta(Et)$이고, 곱의 변분 규칙에 의해 $\delta(Et) = E\delta t + t\delta E$이다. 오일러가 발견한 조건에 의해 에너지가 보존되므로 $\delta E = 0$이다. 따라서,
\[\delta \int (T - V)\, dt + E\delta t = 0\]여기서 $\delta$는 변분(variation)이라 부르는 연산자이다. 변분이란, 어떤 물리량이 경로를 조금 바꾸었을 때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낸다. 미분이 함수의 입력을 조금 바꾸었을 때의 변화를 뜻하듯이, 변분은 경로 자체를 조금 바꾸었을 때의 변화를 뜻한다.
$\delta t$는 경로를 바꾸었을 때 시간 끝점이 변하는 양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가 비교하고 싶은 것은 같은 출발 시각 $t_1$과 같은 도착 시각 $t_2$ 사이에서 어떤 경로가 진짜 경로인지를 찾는 것이다. 즉, 시간의 양 끝점 $t_1$과 $t_2$는 고정되어 있으므로 $\delta t = 0$이다. 따라서,
\[\boxed{\delta \int (T - V)\, dt = \delta \int L\, dt = 0}\]이것이 바로 해밀턴의 원리(Hamilton’s Principle)이다. 라그랑지안 $L = T - V$의 시간 적분을 작용(Action) $S$라 부르며, 이 작용이 정류(stationary)하는 경로가 실제 물체가 따르는 경로이다.
지금까지의 유도 과정을 다이어그램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모페르뒤의 원리에서 해밀턴의 원리로의 유도 흐름
모페르뒤의 원리와 해밀턴의 원리의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모페르뒤의 원리 | 해밀턴의 원리 | |
|---|---|---|
| 작용의 정의 | $S_0 = \int mvds$ | $S = \int (T - V)\, dt = \int L\, dt$ |
| 변분 대상 | 경로 (공간) | 경로 (시간) |
| 조건 | 에너지 보존 필요 | 양 끝점의 시간 고정 ($\delta t = 0$) |
해밀턴의 원리가 보다 일반적인 이유는, 에너지 보존을 별도의 조건으로 요구하지 않고도 양 끝점의 시간 $t_1$과 $t_2$만 고정하면 성립하기 때문이다.
3. 변분법 — 진짜 경로와 벗어난 경로
이제 해밀턴의 원리 $\delta S = 0$으로부터 어떤 물리가 나오는지 살펴보자. 이를 위해 라그랑주가 발전시킨 변분법(Calculus of Variations)을 사용한다.
라그랑주는 진짜 물체가 이동하는 경로를 진짜 경로(true path) $y(t)$로 생각하고, 그 이외의 경로를 진짜 경로에서 벗어난 경로 $q(t)$로 생각하였다.
진짜 경로 $y(t)$와 변분 경로 $q(t) = y(t) + \eta(t)$
벗어난 경로 $q(t)$를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q(t) = y(t) + \eta(t)\]여기서 $\eta(t)$는 진짜 경로로부터의 편차이며, 양 끝점에서 $\eta(t_1) = \eta(t_2) = 0$이다. 즉, 출발점과 도착점은 고정되어 있으므로 편차 함수 $\eta(t)$는 양 끝에서 반드시 0이어야 한다.
4. 뉴턴의 제2법칙 유도
진짜 경로 $y(t)$에서의 작용 $S[y(t)]$와 벗어난 경로 $q(t)$에서의 작용 $S[q(t)]$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delta S = S[q(t)] - S[y(t)] = 0\]작용의 정의 $S = \int_{t_1}^{t_2} L\, dt = \int_{t_1}^{t_2} (T - V)\, dt$를 이용하여 전개하면,
\[S[q(t)] = \int_{t_1}^{t_2} \left( \frac{1}{2}m\left(\frac{dq}{dt}\right)^2 - V(q) \right) dt\] \[S[y(t)] = \int_{t_1}^{t_2} \left( \frac{1}{2}m\left(\frac{dy}{dt}\right)^2 - V(y) \right) dt\]$q = y + \eta$를 대입하여 $S[q(t)]$를 전개해보자. 먼저 운동에너지 항은,
\[\frac{1}{2}m\left(\frac{dq}{dt}\right)^2 = \frac{1}{2}m\left(\frac{dy}{dt} + \frac{d\eta}{dt}\right)^2 = \frac{1}{2}m\left(\frac{dy}{dt}\right)^2 + m\frac{dy}{dt}\frac{d\eta}{dt} + \frac{1}{2}m\left(\frac{d\eta}{dt}\right)^2\]퍼텐셜 에너지 항은 테일러 전개(Taylor expansion)를 적용하면,
\[V(q) = V(y + \eta) = V(y) + \eta V'(y) + \frac{1}{2}\eta^2 V''(y) + \cdots\]여기서 $\eta(t)$는 진짜 경로로부터의 아주 작은 편차이므로, $\eta^2$ 이상의 항은 $\eta$에 비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이것은 미분에서 $f(x+h) \approx f(x) + hf’(x)$로 1차 근사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eta$에 대한 1차항만 남기면, $S[q(t)] - S[y(t)]$에서 $S[y(t)]$와 공통인 항은 상쇄되고 다음만 남는다.
\[\delta S = \int_{t_1}^{t_2} \left( m\frac{dy}{dt}\frac{d\eta}{dt} - \eta V'(y) \right) dt = 0\]첫째 항에 부분적분(integration by parts)을 적용해보자.
\[\int_{t_1}^{t_2} m\frac{dy}{dt}\frac{d\eta}{dt}\, dt = \left[ m\frac{dy}{dt}\eta \right]_{t_1}^{t_2} - \int_{t_1}^{t_2} m\frac{d^2 y}{dt^2}\eta\, dt\]경계항 $\left[ m\dfrac{dy}{dt}\eta \right]_{t_1}^{t_2}$이 사라지는 이유를 살펴보자. 진짜 경로 $y(t)$와 벗어난 경로 $q(t)$는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아야 하므로, 양 끝점에서 다음이 성립한다.
| $t = t_1$ (출발) | $t = t_2$ (도착) | |
|---|---|---|
| 진짜 경로 | $y(t_1) = y_1$ | $y(t_2) = y_2$ |
| 벗어난 경로 | $q(t_1) = y_1$ | $q(t_2) = y_2$ |
| 편차 | $\eta(t_1) = q(t_1) - y(t_1) = 0$ | $\eta(t_2) = q(t_2) - y(t_2) = 0$ |
즉, 어떤 경로를 시도하든 출발점과 도착점은 반드시 일치해야 하므로, 편차 $\eta(t)$는 양 끝에서 반드시 0이다. 따라서 경계항은,
\[\left[ m\frac{dy}{dt}\eta \right]_{t_1}^{t_2} = m\frac{dy}{dt}\bigg\rvert_{t_2} \cdot \underbrace{\eta(t_2)}_{= 0} - m\frac{dy}{dt}\bigg\rvert_{t_1} \cdot \underbrace{\eta(t_1)}_{= 0} = 0\]이 되어 사라진다. 따라서,
\[\int_{t_1}^{t_2} m\frac{dy}{dt}\frac{d\eta}{dt}\, dt = -\int_{t_1}^{t_2} m\frac{d^2 y}{dt^2}\eta\, dt\]이를 대입하면,
\[\delta S = \int_{t_1}^{t_2} \left( -m\frac{d^2 y}{dt^2} - V'(y) \right) \eta\, dt = 0\]$\eta(t)$는 임의의 함수이므로, 위 식이 모든 $\eta(t)$에 대해 성립하려면 괄호 안의 항이 0이어야 한다. 이를 변분법의 기본 보조정리(Fundamental Lemma of Calculus of Variations)라고 한다.
\[-m\frac{d^2 y}{dt^2} - V'(y) = 0\]$F(y) = -V’(y)$ (힘은 퍼텐셜 에너지의 음의 기울기)이므로,
\[\boxed{F = ma}\]이것은 바로 뉴턴의 제2법칙(Newton’s Second Law)이다! 즉, 해밀턴의 원리(최소 작용의 원리)로부터 뉴턴 역학이 자연스럽게 유도된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보자. 뉴턴은 $F = ma$라는 법칙을 출발점으로 삼아 역학을 구축하였다. 그런데 해밀턴의 원리에서 출발하면, $F = ma$가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로 나타난다. 이는 곧 해밀턴의 원리가 뉴턴 역학보다 더 근본적인 원리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해밀턴의 원리는 뉴턴 역학뿐만 아니라 전자기학,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 현대 물리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시리즈에서 헤론의 반사 법칙으로부터 시작하여, 페르마의 원리, 베르누이의 아이디어, 모페르뒤의 작용을 거쳐 해밀턴의 원리까지 도달한 여정은, 물리학이 어떻게 점진적으로 더 일반적이고 근본적인 원리를 향해 나아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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